영화 <플립 Flipped> - 두려움





이건 영화 후기가 아니다.
'두려움'에 대한 생각이다.


플립(Filliped)이라는 영화가 있다.
최근에 관객들의 요구로 재개봉한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영화다. 이 영화는 사실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은 이 소설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스토리의 틀은 단순하다.
Bryce 라는 남자 아이와 Juliana 라는 여자 아이가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기까지 벌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각자의 입장에서 번갈아 서술하는 방식이다. 즉 소설의 제목(Flipped) 그대로 같은 사건을 뒤집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Bryce 와 Juli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 확인해보시기를.

이 스토리에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Bryce 와 Juli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Bryce는 겉보기에 잘생기고 매너있는 남자아이다. 그러나 Bryce는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Juli 를 만나자마자 집 안으로 '도망친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친해지고자 하는 Juli 에게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Juli 는 Bryce를 보자마자 말을 건다. Bryce와 Bryce의 아버지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눈치를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Juli 는 두려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나는 Bryce와 Juli의 두려움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바로 이 스토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Bryce는 두려움에 지배되는 남자아이다. 그래서 Bryce를 설명하는 단어는 회피, 안주, 겁쟁이다. 그래서 Bryce는 겉으로는 말끔하게 생겼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모른다.
  • Juli 는 무엇이든 직면하고 달려드는 여자아이다. 그래서 Juli 를 설명하는 단어는 적극, 도전, 진실됨이다. 그래서 Juli 자신의 가족과, 플라타너스 나무와, 그 나무 꼭대기에서 보이는 풍경까지 진심으로 사랑할줄 안다.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할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행복해진다. 즉 인간은 연결되고 서로 사랑할 때 행복할 수 있다. 사실 관계는 우리 삶의 목적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서로 끈끈한 관계를 맺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관계를 맺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가 한가지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종종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내가 과연 저 사람과 연결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저 사람에게 먼저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가 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저 사람과 연결되기를 원한다면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먼저 진실되게 행동하기를 두려워 한다. 그래서 Bryce 같은 사람은 많지만 Juli 같이 '들이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스토리에서 Juli 가 돋보이는 이유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존재한다.
두려움은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위적으로 없앨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그러나 관계를 만들고 진실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리하여 행복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은 두려움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미리 스토리를 조금 알려주자면
마지막에 Bryce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다.
Bryce가 이 사실을 깨닫는 그 순간에 소설은 Bryce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묘사한다.
이때 쓰이는 단어가 소설의 제목과 같은 'Flipped'다. 즉 소설의 제목은 Bryce의 변화에 대한 암시인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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